비녀는 수식품(首飾品)의 일종으로 ‘계(笄)’, ‘잠(簪)’, ‘채(釵)’ 등으로 불린다. 쪽진 머리나 관(冠) 등 머리 형태를 고정하거나 장식하기 위해 꽂는 도구이다. 왕실 여성들은 계절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비녀로 치장하였다. 봄에는 모란잠(牡丹簪), 봄 · 가을에는 매죽잠(梅竹簪), 여름에는 민옥잠(珉玉簪), 겨울에는 용잠(龍簪)을 주로 사용하였다. 예복용으로는 봉잠(鳳簪)을 주로 사용했다. 비녀는 대개 가로방향으로 꽂지만, 적의(翟衣)를 입을 때 쓰는 대수(大首)에는 세로 방향으로 선잠[입잠(立簪)]을 꽂기도 한다.

봉잠(鳳簪)은 비녀 머리를 봉황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이 대봉잠은 착용시 가체의 뒷부분에 꽂아 사용한 비녀이다. 기다란 비녀머리에는 삼엽문(三葉紋)을 놓고, 그 좌우와 끝에는 8엽 화판을 놓았다. 좌우의 화판 위에는 홍파리를 1개씩 물리고, 끝의 화판 위에는 청파리를 물렸다. 좌우의 홍파리 위에는 산호가 감입된 작은 진주가 달린 떨새 2개를 양쪽에 달아 장식한 다음 날개를 편 봉황을 비녀와 직각으로 올려 놓았다. 봉황은 다양한 공예기법으로 부위별로 다르게 만들었는데, 몸과 머리는 깃털을 표현하듯이 니사로 촘촘히 엮었다. 양쪽 날개는 은판을 오려 3단으로 표현하였는데, 가장 아랫단은 중앙에 니사를 한줄 놓고 그 양쪽으로 빗금을 그어 깃털을 나타내었고, 그 윗단 가장자리는 니사로 돌리고 그 안은 비취모로 메웠으며, 가장 윗단은 니사를 둥글게 돌려 망처럼 만들어 어깨를 덮고 그 위에 국화받침이 놓인 진주를 은사로 고정시켰다. 꼬리는 은판을 깃털모양으로 오려 가장자리를 니사로 두른 것을 5매 연결하여 길고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꼬리가 시작되는 곳에는 큰 진주 1개를 감입(嵌入)하였으며, 길게 표현된 꼬리 끝부분에도 중앙에 청파리 1개를 놓고 그 좌우에 각각 한 쌍의 홍파리와 진주로 장식하였다. 머리 위에 산호 1개를 장식하여 벼슬을 표현하였으며, 앞쪽 목과 배 부분에는 은세공으로 영지와 대나무, 매화를 표현한 뒤 비취모로 장식한 다음 그 위에 2개의 홍산호를 거미발난집에 물렸다. 봉황의 양날개에는 비취모 조각을 붙여 장식하였고 긴 꼬리의 가장자리에도 비취모를 붙여 장식하였다. 비녀 가운데 부분을 제외하고 금도금 하였다.